차용증쓰는법, 가족·지인 돈거래에서 빠뜨리면 안 되는 작성 방법

얼마 전 지인이 가족에게 전세 보증금 일부를 빌려주게 됐는데, 서로 믿는 사이라며 계좌이체만 하고 끝내려 하더라고요. 그런데 돈거래는 사이가 좋을 때보다 시간이 지난 뒤 기억이 달라질 때 문제가 생깁니다. 300만 원처럼 비교적 작은 금액도 그렇고, 3,000만 원 이상이면 더더욱 차용증 한 장이 꽤 큰 차이를 만듭니다.
차용증은 거창한 계약서가 아닙니다.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언제까지, 어떤 조건으로 갚기로 했는지 적어두는 문서입니다. 다만 대충 “돈 빌림” 정도로만 쓰면 나중에 증거로 쓰기 애매할 수 있어요. 차용증쓰는법에서 중요한 건 멋진 문장이 아니라 빠진 내용이 없게 쓰는 겁니다.
차용증에 꼭 들어가야 하는 기본 항목
차용증은 손글씨로 써도 되고, 컴퓨터로 작성해 출력한 뒤 서명해도 됩니다. 중요한 건 작성 방식보다 내용입니다. 특히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어야 하고, 돈이 실제로 오갔다는 흐름이 남아야 합니다.
-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앞자리 또는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 빌린 금액, 지급일, 지급 방식
- 변제기, 즉 언제까지 갚을지
- 이자 여부와 이율
- 연체했을 때 지연손해금 여부
- 분할 상환이면 매월 상환일과 금액
- 작성일, 서명 또는 날인
예를 들어 “김민수는 2026년 9월 1일 이지현에게 금 10,000,000원을 차용하고, 2027년 9월 1일까지 변제한다”처럼 날짜와 금액을 숫자로 분명히 적는 게 좋습니다. 금액은 “일천만 원”처럼 한글도 함께 적으면 오기나 조작 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계좌이체 내역도 중요합니다. 현금으로 주고받으면 나중에 실제 지급 여부를 설명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채권자 계좌에서 채무자 계좌로 이체하고, 이체 메모에 “차용금” 정도를 남겨두면 깔끔합니다.
이자와 갚는 날짜는 숫자로 분명하게
사실 차용증에서 가장 자주 싸움이 나는 부분은 이자와 변제기입니다. “형편 되는 대로 갚는다”, “나중에 조금씩 갚는다” 같은 표현은 인간적으로는 부드럽지만 문서로는 흐릿합니다. 돈을 빌려준 사람은 빨리 받고 싶고, 빌린 사람은 여유가 생긴 뒤 갚고 싶어지니 해석이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자는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무이자라면 “이자는 없는 것으로 한다”라고 적는 편이 낫습니다. 반대로 이자를 받기로 했다면 “연 5%”, “연 10%”처럼 연 이율로 적는 게 계산하기 쉽습니다. “월 2%”라고 쓰면 연 24%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2026년 기준 개인 간 금전대차에서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자율은 연 20%로 안내되고 있습니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되는 이자제한법 체계상, 최고한도를 넘는 이자 약정은 초과 부분이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지연손해금도 사실상 이자 성격으로 다뤄질 수 있으니 너무 높게 쓰는 건 피하는 게 좋습니다.
상환 방식 예시
상환 방식은 한 번에 갚는 방식과 나눠 갚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200만 원을 빌리고 12개월 동안 매월 100만 원씩 갚기로 했다면 “2026년 10월 25일부터 2027년 9월 25일까지 매월 25일 금 1,000,000원씩 변제한다”라고 쓰면 됩니다.
이자를 붙인다면 원금과 이자를 따로 적는 게 보기 좋습니다. “원금 10,000,000원, 이자 연 6%, 이자는 매월 말일 지급한다”처럼 쓰면 나중에 계산할 때 서로 덜 헷갈립니다.
가족 간 차용증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 사이의 돈거래는 오히려 차용증이 더 필요합니다. 남에게 빌려줄 때는 문서를 챙기면서 가족에게는 민망해서 넘기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세금 문제나 상속 문제까지 이어지면 단순한 호의였는지, 진짜 빌린 돈인지가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큰돈을 빌려주는 경우에는 차용증만 있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실제 이체 내역, 이자 지급 내역, 원금 상환 기록이 같이 있어야 차용 관계로 설명하기 쉬워집니다. 문서만 만들어두고 몇 년 동안 이자도 원금도 전혀 갚지 않았다면, 실질은 증여에 가깝다고 볼 여지가 생깁니다.
세법에서는 가족 간 무상 또는 낮은 이자 대여와 관련해 경제적 이익을 따지는 기준이 따로 있습니다. 국세청 안내나 세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금액이 크다면 차용증 양식만 찾기보다, 상환 계획이 현실적인지 먼저 보는 게 좋습니다.
공증과 인감, 어디까지 필요할까
차용증은 당사자 서명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금액이 크거나 분쟁 가능성이 있다면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신분증 사본, 공증까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공증은 “이 문서가 진짜 작성됐다”는 점을 보강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공증을 했다고 해서 돈을 무조건 바로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공정증서에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취지가 들어가면 소송 없이 집행 절차로 넘어갈 수 있는 장점이 생깁니다. 단순 인증인지, 금전소비대차 공정증서인지에 따라 효과가 다르니 공증사무소에서 목적을 정확히 말해야 합니다.
소액이면 차용증과 계좌이체 내역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수천만 원, 억 단위라면 공증 비용을 아끼려다 나중에 더 큰 비용을 쓰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담보나 보증인까지 검토할 수 있고, 빌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감당 가능한 상환 일정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실제로 쓸 때 참고할 만한 문장
아래처럼 쓰면 기본적인 틀은 잡힙니다. 그대로 베끼기보다는 본인 상황에 맞게 금액, 날짜, 이자, 상환 방식을 바꾸면 됩니다.
“채무자 홍길동은 채권자 김영희로부터 2026년 9월 1일 금 10,000,000원을 차용하였다. 채무자는 위 금원을 2027년 9월 1일까지 채권자에게 변제한다. 이자는 연 5%로 하며 매월 말일 지급한다. 채무자가 변제기까지 원금을 갚지 못한 경우 미지급 원금에 대하여 연 10%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한다. 본 차용증은 당사자가 내용을 확인한 뒤 서명한다.”
여기에 이름, 주소, 연락처, 계좌번호, 작성일을 넣고 양쪽이 서명하면 됩니다. 가능하면 각자 1부씩 보관하고, 작성 직후 사진이나 스캔본도 남겨두면 분실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차용증쓰는법은 결국 상대를 의심하는 기술이 아니라 기억을 문서로 남기는 습관에 가깝습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로 넘기기 쉬운데, 돈 문제는 감정이 섞이는 순간 설명이 길어집니다. 처음에 10분만 들여 또렷하게 적어두면 나중에 서로 얼굴 붉힐 일을 꽤 줄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