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로 주식 가격 비교하는 방법

얼마 전 주식 앱에서 두 회사의 PER을 나란히 봤는데, 숫자가 낮은 쪽이 무조건 저렴한 건지 잠깐 헷갈렸습니다. PER은 주가를 이익과 비교하는 데 편리하지만, 숫자 하나만 보고 판단하면 놓치는 부분이 꽤 있더라고요.
PER은 주가가 이익의 몇 배인지 보여줘요
PER은 주가수익비율이라고 부릅니다. 계산식은 간단해요.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인 EPS로 나누면 됩니다. EPS는 회사가 벌어들인 순이익을 주식 한 주당 얼마에 해당하는지 나타낸 값입니다. 한국거래소도 PER을 주가와 EPS의 비율로 안내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한 회사의 주가가 3만 원이고 EPS가 2천 원이라면 PER은 15배입니다. 현재 주가가 한 주당 이익의 15배라는 뜻이죠. 다른 조건이 같다면 PER이 낮은 주식은 이익에 비해 가격이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는 회사마다 성장 속도와 사업 위험이 달라서 ‘15배면 싸다’처럼 선을 긋기는 어렵습니다.
PER 10배를 두고 ‘10년이면 투자금을 돌려받는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해요. 이익이 매년 똑같이 나리라는 보장도 없고, 회사가 번 돈을 전부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PER은 투자금 회수 기간보다 현재 가격과 이익의 관계를 보여주는 숫자에 가깝습니다.
비교할 때는 이익의 기준부터 맞추세요
같은 회사라도 어떤 이익을 넣느냐에 따라 PER이 달라집니다. 과거 실적을 쓰는 PER은 이미 발표된 이익을 기준으로 하고, 예상 PER은 앞으로 벌 것으로 추정한 이익을 사용해요. 주가가 3만 원으로 같아도 EPS가 과거 2천 원이면 15배, 예상 EPS가 3천 원이면 10배가 됩니다. 뒤의 10배는 예상 이익이 실제로 나와야 의미가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아요.
앱 두 곳에서 PER이 다르게 보인다면 계산이 틀렸다고 생각하기 전에 이익의 기준 기간을 확인해 보세요. 최근 1년 실적을 쓰는지, 최근 사업연도 실적을 쓰는지, 다음 해 예상치를 쓰는지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발표 시점이 다른 숫자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판단이 쉽게 흔들립니다.
비교 대상도 중요해요. 이익이 비교적 안정적인 회사와 신제품 투자로 이익이 크게 출렁이는 회사를 같은 기준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먼저 비슷한 사업을 하는 회사끼리 비교하고, 그 회사의 과거 PER이 어느 정도였는지도 함께 보면 숫자에 맥락이 생깁니다. 업종 평균보다 낮다는 사실만으로 가격이 다시 오를 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요.
낮은 PER이 꼭 싼 주식은 아니에요
PER이 낮아지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주가가 내려가거나 이익이 늘어나면 됩니다. 그런데 주가 하락에는 이유가 있을 수 있어요. 앞으로 매출이 줄거나 비용이 늘 것이라는 걱정이 먼저 주가에 반영됐다면, 지금 보이는 낮은 PER은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시적인 이익 증가도 조심해서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본업의 이익은 비슷한데 자산 매각으로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면 그해 EPS가 높아지고 PER은 낮아집니다. 숫자만 보면 싸 보이지만, 자산 매각 이익이 해마다 반복되기는 어렵겠죠. 반대로 공장 증설비나 일회성 비용 때문에 이익이 잠시 줄어든 회사는 PER이 갑자기 높아 보일 수 있습니다.
적자 회사에서는 PER이 표시되지 않거나 해석하기 어려운 음수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EPS가 0에 가까워도 PER은 지나치게 크게 튀어요. 이럴 때는 PER의 높낮이를 억지로 비교하기보다 적자가 왜 났는지,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PER 옆에 함께 볼 숫자들
PER을 볼 때 저는 매출과 영업이익의 흐름을 먼저 붙여 봅니다. 매출은 늘지만 영업이익이 계속 줄어든다면 판매가 늘어도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을 수 있어요. 순이익이 좋아졌다면 그 변화가 본업에서 나온 것인지도 확인합니다. 재무제표의 숫자 몇 개를 이어 보면 PER이 낮아진 이유를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부채와 현금흐름도 같이 볼 만합니다. 같은 PER 10배라도 한 회사는 빚 부담이 작고 영업활동으로 꾸준히 현금을 벌고, 다른 회사는 차입금이 늘면서 현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면 두 주식의 상황은 다릅니다. 성장 기대가 큰 회사는 현재 이익이 작아 PER이 높을 수 있으니, 앞으로의 이익 전망이 어느 정도 현실적인지도 따져봐야 하고요.
처음에는 PER을 보고 ‘몇 배니까 싸다’고 판단하기 쉬웠습니다. 지금은 숫자를 본 뒤 왜 그 배수가 나왔는지 한 번 더 묻게 돼요. 같은 10배라도 이익이 꾸준한 회사의 10배와 잠깐 이익이 늘어난 회사의 10배는 다르게 읽히니까요.
